전쟁에서는 여론전이 중요하다. 전쟁에는 명분이 있어야 하고, 많은 나라의 지지를 받아야 승리할 확률이 높아진다. 러시아라는 공룡과 싸우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를 의식하며 처지가 비슷한 팔레스타인이 아니라 이스라엘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두 군데에서 동시에 전쟁을 치르면 아무래도 서방 국가의 지원과 관심이 줄어들까 봐 걱정될 것이다. 그래서 심리전을 벌인다. 내 편을 더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서 적의 비인간적이며 잔인한 행위를 더욱 부풀려 강조한다.
감정적으로 흔들리기 쉬운 '전쟁'이라는 비극
전장에서는 기자조차 목숨을 내놓고 취재해야 하는 상황이라 균형잡힌 정상적인 언론의 기능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전쟁 당사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기사만 내보내려고 통제할 것이고, 제 3국은 전쟁의 떡고물을 저울질해서 더욱 유리한 쪽으로 움직일 뿐이다.
10월 7일,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다. 그리고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인터넷에 하마스가 어린이를 닭장에 가두었다는 사진이 돌아다녔다. 많은 이의 공분을 샀던 이 사진은 얼마 안 가 팩트 체크를 하는 비영리기관(fakereporter.net)에서 4일 전에 등록된 것으로 이번 전쟁과 무관하다(twitter.com/FakeReporter/status/1710995964360585259)고 정정됐다. 심지어 손 모양이 이상하다며,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사진이 아닌지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그다음 날까지도 같은 내용의 기사가 뉴스로 공유됐다는 점이다.
그리고 곧이어 한층 강력한 기사가 온라인을 휩쓸었다. 바로, 하마스가 이스라엘 집단농장에 잠입해 아기를 참수했다는 끔찍한 내용이다. 누구나 놀라고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소식인데, 다만 아직은 진위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다.
인간의 판단력을 마비시키는 자극적인 장면
현재로서는 진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한데, 어쩐지 이번 사건은 과거 걸프전쟁을 연상시키는 면이 있다. 당시 이라크 군인이 쿠웨이트 병원에서 인큐베이터에 있는 아기를 꺼내 죽게 내버려 뒀다는 이야기는 수개월 동안 여러 진술이 이어지며,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낙인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그런데 나중에서야 하퍼스 매거진의 존 맥아더(John Rick MacArthur)와 ABC 방송사의 존 마틴(John Martin) 기자에 의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걸프전쟁 선전술과 비교한 이스라엘 측의 주장(가짜 뉴스)
| 시간순 | 사건 | 1990년 인큐베이터 아기 사망 | 2023년 아기 참수 |
| 1 | 전쟁 발발 | 8월 2일 이라크, 쿠웨이트 침공 | 10월 7일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기습 공격 |
| 2 | 언론 발설 |
9월 5일 쿠웨이트 보건부장관, "쿠웨이트 병원에서 인큐베이터 등을 도난당했으며, 미숙아 22명이 사망했다." |
10월 10일 이스라엘 군인, "이스라엘 집단농장에서 40명이 죽었는데, 그 중에서 아기가 참수당한 걸 봤다." |
| 3 | 확대 재생산 |
이라크 군인이 쿠웨이트 병원에서 인큐베이터에 있는 아기를 꺼내 죽게 내버려뒀다. |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이스라엘 집단농장에서 40명의 아기를 참수했다. |
| 4 | 공인 인증 |
10월 9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인큐베이터 아기 죽음 언급 |
10월 1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참수된 아기 사진 언급 (사진을 본 건 아니라고 정정) |
| 5 | 증거 제시 |
10월 10일 15세 쿠웨이트 소녀 나이라 알 사바, 미국 의회 청문회 목격자 진술 |
10월 13일 이스라엘 외무부, 불에 탄 시신 사진 공개 |
| 6 | 대중 확증 |
국제앰네스티 보고서 발표(나중에 철회) 이라크 비난과 참전 찬성 여론 상승 |
팔레스타인 하마스 비난 여론 상승세 일부에서는 사실 여부 설왕설래 |
| 7 | 결과 여파 |
이듬해 초, 미국이 참전하면서 걸프전쟁 확전 2년 후 거짓 증언 확인 |
선전 전술 |
목격자는 사실 쿠웨이트 왕족이자 미국 주재 쿠웨이트 대사의 딸로, 심지어 사건 당시에 쿠웨이트에 있지도 않았다. 이것은 미국의 참전을 바랐던 쿠웨이트 정부의 돈을 받고 광고 대행사인 힐 앤드 놀튼(Hill & Knowlton)의 크레이그 풀러(Craig Fuller)가 인큐베이터 아기 이야기가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진행한 선전 전략이었다는 것이다. 이 사례는 현재까지 가장 돈이 많이 든 홍보 캠페인으로 기록됐다.
영유아를 이용한 전쟁 여론전이 잔인한 이유
잔혹 행위를 이용한 선전 방식(Atrocity Propaganda)은 감정적으로 적을 미워하게 만들기 위해 사실을 과장하고 고의로 날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왜 많고 많은 전쟁 범죄 중에 하필이면 아기 살해일까? 전쟁을 기록한 사진이나 영상물 중에 가장 안타까운 장면에는 대부분 어린아이가 있다.
| 날짜 | 사건 | 상황 |
| 1943년 | 폴란드 바르샤바 게토 봉기 |
기관총 앞에서 양손을 든 소년 (Mit Gewalt aus Bunkern Hervorgeholt) |
| 1972년 6월 8년 | 베트남 전쟁 |
네이팜탄 폭격을 받아 울부짖는 알몸의 소녀 (The Terror of War) |
| 1995년 4월 19일 | 미국 오클라호마시티 폭탄 테러 | 죽어가는 아기를 안고 있는 소방관 |
| 2000년 9월 30일 | 팔레스타인 제 2차 인티파다 |
아버지가 아이가 있으니 총을 쏘지 말아 달라고 애원했지만, 숨진 12세의 팔레스타인 소년 |
이와중에 2019년 10월 19일, 레바논 반정부 시위 현장에서 생후 15개월된 아기를 위해 아기 상어를 불러주는 시위대(twitter.com/RachelleRashid/status/1185640509466955777)나 폭탄 터지는 소리에 놀랄까 봐 세 살 난 딸한테 펑 소리가 나면 까르르 웃는 게임을 제안한 아버지(twitter.com/alganmehmett/status/1229103056828215296)의 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을 울린다. 아무리 전쟁이 잔인하다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만은 지키고 싶은 게 모든 어른의 마음일 것이다.
죄 없는 어린아이의 죽음은 사람들을 흥분시킨다. 냉정하게 말하면, 그래서 전쟁 중에 적국의 악행이 아군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들기에 좋다. 이것이 바로 이스라엘의 주장이 사실이어도, 사실이 아니어도 슬픈 이유다.
압둘라 및 셀바의 트윗. 유카리다 두룸라라니니 페이라슈타르바바. 귀하의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pic.twitter.com/wUwKAcLzWE
— 메흐멧 알간 م (@alganmehmett) 2020년 2월 16일
Abdullah al-Mohamed and Salwa, Mehmet Algan(2020/02)
1992년 1월 6일 John Rick MacArthur, Remember Nayirah, Witness for Kuwait? https://www.nytimes.com/1992/01/06/opinion/remember-nayirah-witness-for-kuwait.html
1992년 6월 19일 John Rick MacArthur, 도서 Second Front: Censorship and Propaganda in the 1991 Gulf War https://www.amazon.com/Second-Front-Censorship-Propaganda-1991/dp/0520242319
2018년 12월 6일 Democracy Now!, How False Testimony and a Massive U.S. Propaganda Machine Bolstered George H.W. Bush’s War on Iraq https://youtu.be/WkRylMGLP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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