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경계가 불분명하다. 강이나 산, 사막이 사람의 앞길을 가로막지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넘나들 수 있다. 자연상에 단단해 보이는 모든 것은 미시 세계로 계속 파고들어 가면 서로 열려 있다. 그런데 인간은 너무나 나약해서 성을 쌓고 벽을 만든다.
역사상의 벽
| 설치 시기 | 나라 | 벽의 종류 | 목표 | 
| 기원 전 220년 | 중국 제나라 | 만리장성 | 이민족 침입 방어 | 
| 1907년 | 호주 | 토끼 방지 울타리(Rabbit-Proof Fence) | 토끼 섬멸 | 
| 1940년 11월 16일 | 폴란드 | 바르샤바 게토 | 유대인 수용 | 
| 1945년 | 소련, 중국 | 철의 장막(Iron Curtain) | 교류 차단 | 
| 1953년 7월 27일 | 한국 | 
			 군사 분계선(Military Demarcation Line)  | 
			전쟁 휴전 | 
| 
			 1961년 8월 13일  | 
			독일 | 베를린 장벽 | 이념 사수 | 
| 1980년대 | 페루 | 수치의 벽(Muro de la Vergüenza) | 범죄 방지 | 
| 2017년 | 미국 |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 | 불법 이민자 유입 차단 | 
| 2021년 12월 7일 | 이스라엘 | 스마트 장벽 | 테러리스트 차단 | 
상호 교류를 막는 벽
물리적인 벽은 안과 밖의 경계를 분명하게 표시해준다. 분리하고 단절한다. 그럼으로써 우리 편을 보호하고 결과적으로 고립된다. 벽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커튼, 가림막, 울타리, 담장, 철책, 국경선, 장벽, 성벽, 방벽 모두 벽의 기능을 한다. 우리가 아는 가장 단단한 벽 중의 하나는 감옥이다. 흉악범과 범죄자를 높고 두꺼운 벽 안에 가둬 놓으면 사회가 안전해질 거라고 믿는다. 더 나가아 바다에 둘러싸여 도망치기 어려운 섬에 유배하기도 한다.
벽 바깥의 사람들이 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벽 안에 가둔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을 보지 않고, 목소리를 듣지 않음으로써 그들의 존재를 지워버린다. 굳이 찾아가지 않는 한 왕래하지도 않는다.
벽 안을 들여다보고 이야기를 듣는 설치 작품
https://trenddb.com/life/1505529
장벽을 넘어서 시소를 즐기는 아이들
https://trenddb.com/design/1388271
마음 속에 세워진 벽
소통의 부재는 종종 벽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된다. 이를테면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을 벽창호 같다고 한다. 어떤 때는 눈이 안 보이는 선글라스나 귀에 꽂은 이어폰이 다른 사람의 접근을 막는 벽이 되어 주기도 한다.
1979년 11월 30일,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인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는 록 오페라인 더 월(The Wall)을 공개했다. 이 앨범은 1982년 7월 14일, 앨런 파커(Alan William Parker)에 의해 영화화돼서 더욱 유명해졌는데, 억압적인 교육 환경 속에서 벽돌처럼 소모되고, 자신만의 벽에 갇힌 채 분열되는 자아를 그려 호평을 받았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벽은 존재한다. 예를 들면, 여성계에서는 오랫동안 유리 천장(Glass Ceiling)이라는 표현을 써왔다. 이 사회에는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투명한 유리가 있다는 것이다.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Two, Pink Floyd
불가학력적인 벽
우리는 살다가 자주 벽에 부딪힌다. 능력의 한계를 느끼기도 하고,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무언가에 가로막혀서 벽을 느낀다.
일본 만화가, 이사야마 하지메(諫山創)가 2009년 10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연재한 진격의 거인에는 3중 방벽이 나온다.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생겨난 지 알 수 없는, 벌거벗은 식인 거인으로부터 목숨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아무리 벽을 쌓아도 그것을 부수고 사람을 해치는 흉측한 거인이 나오는 만화가 만화영화 시리즈(shingeki.tv)까지 큰 인기를 끌자, 사람들은 그 이유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본의 장기 불황 속에서 익숙해진 좌절의 감정이 청년층의 공감을 끌어낸 것이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進撃の巨人, 荒木哲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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