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상/미래상

한국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동기를 추측할 때 쉽게 돈 때문이라고 말한다. 회사를 그만둔 건 월급이 적어서이고, 두 사람이 결혼하지 않은 건 생활 수준 차이 때문이라고 하는 식이다. 아마도 언론과 커뮤니티, 주변에서 돈이 없다고, 돈을 벌어야 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아서 일 것이다. 본인조차 돈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까 남들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병역 문제로 입국 금지됐는데, 왜 한국에 오고 싶을까?

 

나이가 들수록 왕년을 그리워한다. 누구나 살면서 전성기라고 생각하는 시절이 있다. 지금보다 젊어서일 수도 있고, 나를 찾는 사람이 많아서 일 수도 있고, 돈 걱정 없을 때일 수도 있다. 짐작건대, 병역 문제로 입국 금지가 된 가수 유승준(스티븐 유)에게는 한국에서 있었던 시절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기억되지 않을까? 비록 순간의 선택이 모든 걸 망쳐버렸지만,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자기가 가장 잘하는 걸 하면서 사랑받던 시절이 기억에서 삭제되는 건 아니다. 나라도 한국에 가고 싶을 것 같다.

블랙핑크의 멤버인 리사는 태국 사람이지만, 한국에서 오래 살았고, 한국에서 성공했다. 지금의 인기와 부는 한국에서 이룬 것이다. 나중에 태국으로 돌아가거나 혹은 현 남자 친구와 결혼해서 프랑스에서 살 게 되더라도 좋은 기억을 가진 한국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유승준이 관광 비자로 오면 되는데, 굳이 돈을 벌러 오려고 한다고 비난하는 목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는 그것이 가짜 뉴스라고 말한다. 본인도 한국에서 연예인으로 살 수 없다는 걸 알 텐데, 오로지 돈을 벌려고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건 아닐 수도 있다.

2024년 10월 1일 유승준 https://www.instagram.com/p/DAj9_z8ynbf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내가 여러분을 잊지 못하는 것을 보면 내가 여러분을 사랑했던 것보다 내가 여러분에게 받은 사랑이 훨씬 더 커서 그런 것 같아요.

 

미성년자 그루밍 의혹에 대해 왜 정면돌파를 선택했을까?

 

최근 배우 김수현이 미성년자 그루밍 의혹을 받고 있다. 가로세로연구소와 골드메달리스트, 유튜버인 이진호까지 공방전에 가세했다. 그리고 현재까지는 골드메달리스트와 김수현은 여론전에서 패배했다. 한때 김수현의 팬이었고, 필모 깨기(필모그래피를 섭렵하는 것)를 한 적 있다. 그래서 편향된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공개된 양쪽의 증거를 봤을 때 김수현의 소속사인 골드메달리스트가 가로세로연구소보다 신빙성 있게 보인다. 얼마 전 연속극 눈물의 여왕이 큰 인기를 끌었고, 그때는 찬양했던 소소한 일화들이 이제는 정반대로 해석되는 것을 본다. 사람들은 180도 돌변했고, 그는 갑자기 한류스타에서 거짓말쟁이가 됐다.

 

2024년 3월 31일 배우 김수현 기자회견 https://youtu.be/S3SwYIgwisY
https://imnews.imbc.com/news/2025/enter/article/6701606_36758.html

저에게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저만 바라보고 있는 제가 책임져야할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는 그 사람들이 매일 고통받고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또 무엇을 폭로하고 살인자로 몰아갈지 두렵습니다. 이 기자회견이 끝나면 그들은 또 어떤 가짜 증거와 가짜 증언으로 제 명예를 훼손하고 주변 사람들을 괴롭힐지 알 수 없습니다. 제가 강요에 못이겨 거짓을 진실이라고 한다면 저는 인간 김수현으로 뿐만 아니라 스타 김수현에게 믿음과 사랑을 준 모든 분들을 배신하게 됩니다. 그분들에게 여러분은 인간 쓰레기를 좋아했다고 김수현에게 속은 것이라고 평생 남을 고통을 주게 됩니다. 제가 아무리 연예인으로 가면을 쓰고 사는 김수현일지라도 그것만은 할 수 없습니다. 제가 한 일은 한것입니다. 그에 대해서는 어떤 비난도 다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지 않은 것은 하지 않은 것입니다. 지금도 저를 믿어주시는 모든 분들을 위해서 그것만큼은 밝히고 싶습니다. 저를 믿어달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꼭 증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는 자기 자신의 명예가 손상되는 것과 함께 주변 사람들 무엇보다도 팬들이 무너지는 것을 보는 게 괴롭힌다고 말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디즈니플러스와 함께 찍은 연속극 넉오프의 천문학적인 위약금 때문에 악어의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10여년간 한류 스타인 김수현에게 배우 김새론이 변제해야 할 7억원이나(사실 이것은 회사와의 문제이지 김수현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억대의 위약금이 정말 문제일까? 그럴 수도 있다.

 

그날, 초췌하고 한없이 작아진 스타가 깊이 고개를 숙일 때, 눈앞에 보이는 기자들이 얼마 전까지 팬 미팅을 하면서 자신을 응원하던 수많은 팬의 눈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기자회견장에서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모습에서 그리고 흔들리는 목소리에서 마치 자신을 좋아하는 팬들한테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아마도 돈으로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빈털터리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정치인이나 경제인이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자기 자신이 괴로운 건 참을 수 있는데,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자기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는 건 정말 참기 힘들었다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김수현을 옹호하는 게 아니라 그 역시 돈이 아니라 다른 것때문에 눈물을 흘렸을 수도 있다는 것 말하고 싶다.

 

세상에서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살다 보면 돈이 그렇게까지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부자라고 해서 하루에 열 끼를 먹는 게 아니고, 비싼 TV, 냉장고, 휴대전화를 해마다 바꾼다고 더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자동차와 부동산 쇼핑을 한다고 해서 외로움이 해결되지도 않는다. 물질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좋아하는 옷을 몇 벌 사서 헤질 때까지 돌려 입어도 아무렇지도 않다.

 

유승준이나 김수현이나 돈을 벌 만큼 번 사람이다. 돈 있는 사람이 더 돈 욕심을 낸다고 하기도 하지만, 물질적인 여유가 생기면 더 이상 돈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이 세상에는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이 많다. 무조건 돈 때문일 거라고 말하는 건 황금 만능주의적인 사회에서 돈에 집착하는 자신의 문제를 돈이 많은 그들의 문제와 혼동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오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