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단어로 규정한다. 세세한 상황이나 맥락을 기억에 안 남고 단어만 남는다. 그 단어를 사용하는 게 적절한지와는 별개의 문제다.
신숙주와 숙주나물
1417년 8월 2일~1475년 7월 23일 신숙주 조선 성리학자
단종을 지키지 못해 아내가 '같이 죽지 않고 왜 돌아왔냐'고 화를 내며 목을 맸다는 설화를 통해 쉽게 변하는 숙주나물로 이름이 남았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은 그 일이 있기 전에 이미 아내는 죽고 없었다. 그는 그저 숙주 나물을 좋아했을 뿐이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을 섬기지 말라는 의미에서 신숙주를 왜곡하고, 폄하한 작품으로 인해 잘못 알려졌다고 한다. 충성스러운 신하는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는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절개를 중시하는 조선 시대 배경에 사육신과 비교해 변절했다고 해서 이용한 것이다. 충분히 그럴 듯하게 들려서 지금도 이를 믿는 사람이 많다.
1923년 소설 목 매이는 여자, 월탄 박종화
1928년 소설 단종애사, 이광수
1956년 영화 단종애사, 전창근
2022년 10월 8일 신숙주가 '숙주나물'이라고요? 천만에, 이돈삼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70638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2004년 9월 코끼리는 생각하지마(The All New Don’t Think of an Elephant!),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 인지언어학자 https://app.ac/XAwA2J533
요약.'덩치가 큰 네 발 달린 짐승'이라고 했으면 여러 동물이 떠오르고, 기억에도 안 남았을 텐데, '코끼리'라는 단어를 말하니까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말을 들었을 때 뒤의 '생각하지 마'는 지워지고, '코끼리'만 남는다.
안철수의 MB 아바타
2017년 4월 24일 제가 MB의 아바타입니까?,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
자신이 부정적인 의미로 의심받는 상황에서 아예 특정 단어를 말하지 말았어야 했다. 결국 남는 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만든 일종의 멸칭을 본인 입으로 직접 말하는 장면만 편집될 뿐이다.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를 인정한 것처럼 비춰져서 정치력을 발휘하는 데 발목을 잡는다.
이준석의 젓가락 발언
2025년 5월 27일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 TV 토론회
대통령 선거에서 TV 토론회는 매우 엄중한 자리이기 때문에 긴장해서 실언하기 쉽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아들 일화를 꺼내들었다. 그런데 완전히 자충수다. 이재명의 별명이 '찢'이 된 데에는 형수의 말이 지나치다고 항변하며 되받친 말인데, 사람들은 이재명이 말을 했다고 착각한다. 똑같은 실수다. 결과적으로 정치 인생 내내 따라 다닐 흑역사를 만들었다. 당장 지지자들은 질문 이후에 답변을 못한 상대 후보를 공격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런 지엽적인 사실은 잊힐 것이다.
2025년 5월 28일 이재명 아들에 초점 맞추지 마라 https://www.fmkorea.com/8438394762
2025년 5월 27일 TV토론에서 못다 한 말, 권영국 https://x.com/nasaram2017/status/1927365441690779824
2025년 5월 28일 이준석 https://www.facebook.com/junseokandylee/posts/pfbid02TJFWRWwAhNFsXbuuCtpm9v59cGx4BVXziABcmTpxpXbrEGDJsNZJpVuwNuDayaHDl?locale=ko_KR
2025년 5월 28일 60대가 본 이준석 발언 https://www.fmkorea.com/8439780687
2025년 6월 4일 이준석 의원의 의원직 제명에 관한 청원, 국회전자청원 https://petitions.assembly.go.kr/proceed/onGoingAll/327534C853DF2656E064B49691C1987F
• 온가족이 보는 TV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함으로써 대통령이 되기에는 신중하지 못하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
• 자신도 성성납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남의 발언을 옮긴 것이지만, 본인이 말한 것처럼 따라다닐 가능성이 있다.
• 사이버 레커로 불리는 가로세로연구소 출처로 명확하게 검증된 사실이 아니며, 정확한 표현은 여성 성기가 아닌 남성 요도이다.
• 경쟁자를 흠집내려고 다른 사람을 이용한다. 여성 가족부 폐지를 외치면서 여성 성기 표현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여성의 반발을 살 수 있다.
• 토론 주제와 무관하며, 경쟁자의 가족을 이용한 내거티브 선거 전략으로, 기존 정치와 차별화하겠다는 젊은 이미지를 스스로 부순다.
• 남성 커뮤니티인 에프엠코리아를 보고 정치한다고 펨뚜각시(펨코 꼭두각시)라는 별명이 생겼는데, 저급한 단어 사용으로 이를 증명해줄 뿐이다.
• 방송 사고를 내고도 자기 반성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권영국 후보가 말한 40대 윤석열이라는 지적이 맞는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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