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사랑을 증명하는 세상
지극히 현실적인 한국인들은 평소에 돈을 우선적으로 생각한다. 이를테면 가족 사랑을 돈으로 증명하려 든다. 자녀한테 좋은 옷과 맛있는 음식을 먹인다. 자식의 미래를 위해 비싼 등록금을 감수한다. 자녀는 부모와 함께 있는 시간이 좋은데, 부모는 자녀한테 쓰는 돈을 버느라 시간이 없다. 맞벌이를 하느라 몸이 피곤해서 자녀를 살갑게 대하지도 못한다. 기러기 아빠는 아예 자녀를 외국에 보내고, 가족과 떨어져 홀로 외롭게 산다. 과거 한국의 중동 개발 붐처럼 지금도 외국에서는 돈을 벌어 집에 송금하는 가장이 많다.
연로한 부모는 자식한테 돈을 물려주려고 한다. 때로는 얼마나 많은 돈을 누구에게 줄 것인가로 소송전을 벌인다. 돈이 행복을 가져온다고 믿는 것 같다. 아니면 돈으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 받으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의 사랑의 크기는 돈의 크기이다. 열성 팬은 팬 사인회에서 최애(가장 좋아하는 멤버)와 단 몇 분의 눈빛을 맞추며, 대화하는 기회를 얻기 위해 수 십 수 백 장의 앨범을 산다.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웃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유료 투표를 하느라 바쁘다.
늘 남은 시간을 염두에 두는 생활
이런 세월이 지나면 어느새 남은 시간을 계산하는 순간이 온다. 명절마다 가족이 모여서 음식을 준비하는 게 싫었는데, 이제 그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 사회에서 제사 문화는 점점 사라질 것이다. 상 위에 음식을 올려 놓고 절을 하는 형식은 없어지고, 가족끼리 일 년에 한 두 번 모여서 식사를 나누며 돌아가신 부모에 대해 담소를 나눈다. 현재 부모가 살아 계시다면 이런 모습을 상상하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부모 없이 나 홀로 남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이제 돈보다 시간이 중요해진다. 내가 살 날도 줄어들고, 부모와 같이 살 날은 더욱 적다. 지지고 볶는 것도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요즘에는 결혼하지 않거나 결혼해도 자녀를 갖지 않는 집이 많다. 아이를 낳아도 하나만 낳는다. 형제 자매 없이 자라서 부모가 돌아가시면 정말 이 세상에 혼자 남는다. 부모가 늙으면 가족끼리 다복하게 모여서 식사를 하며, 가족애를 느낄 시간조차 줄어든다. 할 수만 있다면 내 시간을 떼주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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